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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, A대리네.”

무슨 일일까, 목을 풀고는 침착하게 전화를 받는다.
“네, A대리입니다. 잘 계시죠? 깨톡 노트북 로그인 알람이 뜨길래 연락 드려요.”
대리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아무 일도 없는 양, 평소보다 가벼운 말투다.
“너…너, 아무일 없지?”
“네? 아…연차를 좀 갑작스럽게 쓰긴 했죠…”
“대리님! 별 일 없으시죠?”
후배가 어깨 너머에서 이야기를 하자 거의 들은 적 없는 A대리의 웃음소리가 전화를 타고 들려온다.
“저는 별 일 없어요. 그냥, 병원에서 연락 오더라고요. 엄마 정밀검진 받으셔야 한다고. 그래서 급하게 내려오느라 이야기도 제대로 못 드리고 왔네요.”
“정밀…검진…?”
“네, 그래서 보호자 필요하다고 하는데. 제 동생이 아직 고등학생이거든요. 좀 나이차가 많이 나서. 그래서 보호자 하러 왔어요.”
“너… 그 메모에는 여러 명 있던데?”
“아, 그거…”
A대리는 한참 말을 고르더니 헛기침을 하며
“그… 최근에 영업당한, 음. 그니까 최근에 좋아하게 된 멤버라. 워낙 생일 못 외워서 그냥 적어둔거죠.”
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온다.
“그래서, 그냥 머리도 식힐 겸. 아시잖아요. 저 연차 안 쓰고 수당으로 다 받은 거. 엄마 건강이랑 동생 때문에 돈으로 받았던 건데, 그 프로젝트도 그렇게 되고 하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뭐 일 벌일 것 같더라고요. 그래서 엄마 일도 있고, 좀 머리도 식힐 겸 그렇게 왔어요.”
“결국은… 아무것도…아니라는 거네…? 스파이도… 이직도…아픈 것도…”
“이직은, 홧김에 생각은 했고 스카웃 제의도 왔는데. 그냥 여기 있으려 했죠. 갑자기 연차 이만큼 쓰게 해주는 회사가 보기 쉽나요. 아픈 건…그냥 감기기운 좀 있었죠? 스파이는… 아, 혹시 서랍에 있던 그거 보셨구나. 그거 얼마 전에 추리 소설 봤는데 그거 재미있더라고요. 그래서 그냥 그렇게 따라해보고 그랬던 거에요.”
“…그래, 별 일 없음 됐다. 푹 쉬고.”
“하하, 걱정하셨구나. 네, 푹 쉬고 돌아가겠습니다.”
통화를 끝내고 후배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
“하…하하… 저희 뭐한 걸까요. 귀한 점심시간에.”
“뭐…별 일 아니면 됐지. 자, 점심시간 끝났다. 일하자.”
ENDING. -모든 일은 생각보다 큰 이유를 가지지 않는다.
[타이머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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